중국 하이난성 하이커우항에 정박한 컨테이너선 모습. 세관 폐쇄 이후 이 항구는 무관세·초개방 정책의 전초기지가 될 전망이다.
중국 하이난 자유무역항이 오는 12월 18일부터 전섬 세관 폐쇄를 가동한다.
국무원과 국가발전개혁위원회 발표에 따르면, 이번 조치는 하이난 전역을 본토와 분리된 특별 세관감독구로 전환해 해외 물자와 인력의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하고, 본토로 반출할 때만 기존 통관 절차를 적용하는 것이 핵심이다.
무관세 품목도 대폭 늘어난다. 중국 관세총서 자료에 의하면, 하이난의 무관세 적용 범위는 기존 1,900개 품목에서 6,600개로 확대돼 전체의 74%에 이른다. 이는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의 최고 수준을 넘어서는 수준으로 평가된다.
세제 혜택 역시 눈길을 끈다. 인민일보 경제면 보도에 따르면, 장려 업종으로 분류된 기업에는 법인세율이 15%로 낮아지고, 조건을 충족한 고급 인재 역시 개인소득세 상한이 15%로 적용된다. 중국의 일반 법인세율 25%와 비교하면 파격적인 인센티브다.
제조·가공 분야에서는 특례 조항이 마련됐다. 중국 상무부 설명에 따르면, 하이난에서 수입 부품을 활용해 생산한 완제품이 현지에서 30% 이상의 부가가치를 창출하면 본토 반입 시 관세가 면제된다. 이는 하이난을 가공 무역의 새로운 허브로 삼으려는 전략이다.
출입국 제도도 유연해진다. 중국 외교부 발표에 따르면, 하이난은 기존 59개국을 대상으로 하는 30일 무비자 입경 제도를 유지하고 있으며, 최근 중남미와 중동 일부 국가까지 무비자 확대 시범 조치가 시행되고 있다.
이번 조치는 단순히 면세 쇼핑 허브를 강화하는 차원을 넘어선다. 차이신 보도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교차국경 서비스 네거티브 리스트를 시범 도입하고 통관·세제·데이터 규정을 국제 기준에 맞추는 제도형 개방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하이난을 오프쇼어 무역·정산 테스트베드로 발전시키겠다는 구상으로 풀이된다.
경제참고보 분석에 따르면, 하이난은 홍콩이나 상하이 자유무역구와 달리 섬 전체가 특별 세관구로 지정돼 면적과 제도 실험의 폭이 넓다. 이를 기반으로 고부가가치 서비스 무역과 금융·물류 개방을 아우르는 ‘플러스 버전 자유무역구’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크다.
한국 기업에도 기회가 열린다. 상하이증권보는 한국 기업들이 동남아 생산거점과 하이난을 연결해 ‘가공+정산+본토 판매’ 모델을 시험할 수 있으며, 법인세와 인재 세제 혜택으로 비용 최적화가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무비자와 통관 간소화로 MICE·의료·스포츠·관광 분야의 비즈니스 기회도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금융시장 개방 수준과 전문 서비스 인프라는 아직 미흡하다는 평가도 있다. 이에 중국 정부는 네거티브 리스트 축소, 데이터 규제 정비, 과세목록 운영 개선 등을 추가로 추진하겠다고 예고했다.
정리하면, 하이난의 세관 폐쇄는 중국이 본토 규제와 해외를 잇는 초개방형 관문을 설계하는 분수령이다. 한국 기업에게는 동남아–하이난–본토를 연결하는 새로운 가치사슬을 최적화할 수 있는 기회이자 동시에 규제 변화를 면밀히 주시해야 할 실험장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