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소상품 도매시장인 중국 이우 국제무역도시의 전경. 하루 평균 20만 명 이상이 방문하며, 210만 종이 넘는 생활필수품이 거래된다.” (사진: 인터넷 캡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복귀 후 세계를 향해 또다시 관세 폭탄을 던졌다. 전 세계 180여 개국과 지역을 상대로 ‘상호관세’ 부과 행정명령을 서명하면서, 무역전쟁의 2막이 올랐다. 그러나 중국의 ‘이우(义乌) 소상품 시장’을 중심으로 구축된 풀뿌리 글로벌 무역망은 오히려 더욱 단단히 세계화의 뿌리를 내리고 있다.
중국 절강성 이우는 세계 최대의 소상품 도매시장으로, 연간 200여 개 국가에 수출되며 ‘서민의 세계화 모델’로 불린다. 금융 자본도, 다국적 기업도 아닌, 이름 없는 소상인들이 만든 이 글로벌 유통 생태계는 ‘저비용·저문턱·상호이익’이라는 원칙으로 움직이며 세계 곳곳의 수요를 유연하게 연결한다.
2019년, 미국 월마트는 무역 전쟁의 불똥을 이우에까지 튀기며 납품 단가 인하를 요구했지만, 이우 상인들은 단호히 거절했다. 그들은 “당신이 사지 않으면, 다른 사람들이 산다”고 응수했고, 결국 월마트는 물러섰다. 이는 글로벌 공급망에서 대형 유통사조차 함부로 통제할 수 없는 이우의 저력을 드러낸 상징적인 장면이었다.
실제로 2024년 이우의 수출입 총액 중 ‘일대일로’ 국가와의 무역 비중은 61.8%에 달했고, 사우디아라비아·한국 등으로도 각각 100억 위안 이상이 수출되었다. 단일 국가의 제재나 관세정책이 이 거대한 풀뿌리 무역망을 무너뜨리기 어려운 이유다.
이우는 수천 개의 소규모 제조업체, 수백만 개의 상품 SKU, 그리고 수만 명의 중소 상인을 기반으로 돌아가는 거대한 네트워크다. 이곳의 비즈니스 전략은 명확하다. “한 푼의 이윤도 굶어 죽는 것보단 낫다.”
예컨대, 이우의 빨대 제조기업 ‘솽퉁(双童)’은 월마트와의 대량 거래를 중단하고 수만 명의 중소 고객에 집중해 이윤율을 방어했다. 또다른 사례인 ‘랑샤 양말’도 국제유통기업의 저가 압박을 거부하며 독립 유통망을 확립했다. 그들은 다국적 자본에 휘둘리는 대신 ‘적은 이익을 넓게 나누는’ 포용적 경제 질서를 실천해왔다.
이우의 무역망은 ‘중심-주변’이라는 기존 세계화 질서를 거부한다. 전쟁으로 폐허가 된 모술(이라크)에는 ISIS 퇴각 직후 이우에서 선주문된 생필품이 가장 먼저 도착했다. 저소득 국가의 소상인은 이우에서 상품을 가져가고, 그 나라 서민은 저렴한 중국산 제품으로 일상을 이어간다. 이들은 거대 투자나 복잡한 계약이 아닌, 관계에 기반한 신뢰와 효율성으로 글로벌 상거래를 실현하고 있다.
무슬림 종교용품, 크리스마스 장식, 대선 캠페인용 깃발, 월드컵 응원 도구까지 — 이우는 ‘글로벌 서민의 일상’을 조용히 지탱하고 있다. 이는 자본 중심 세계화에 맞서 포용과 상생을 원칙으로 하는 ‘대안 세계화’의 청사진을 보여주는 모델이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보호무역주의 확산 속에서 중소기업과 자영업 기반의 다원적 무역망은 선택이 아닌 생존 전략이다. 이우의 사례는 대기업 중심 수출 전략만으로는 견딜 수 없는 국제질서 변화 속에서, 한국이 어떻게 민간 무역 생태계를 활성화할 수 있는지를 시사한다.
한중 FTA, 한-아세안 무역 확대, 그리고 K-콘텐츠와 중소 수출기업의 연계 전략은 단지 경제 수치를 위한 것이 아니라 ‘포용적 세계화’를 위한 현실적 준비이기도 하다.
“좋은 사회에는 서민의 세계화가 필요하다”
2025년, 글로벌 불확실성이 최고조에 달한 지금, 트럼프의 ‘관세 폭탄’은 한계에 직면하고 있다. 이우를 중심으로 한 ‘풀뿌리의 이동’은 작지만 집요하고, 끊기지 않는 흐름으로 새로운 시대의 무역 질서를 형성해가고 있다.
지금 세계는 ‘작은 것이 아름답다’는 오래된 명제를, 이우라는 작은 도시에서 다시 배우고 있다.
※ 참고문헌:
[1] 중국 세관총서 2024 대외무역통계
[2] 이우시 통계국 무역보고서
[3~19] 『Culture Horizontal』 잡지 2025년 4호, 자오춘란·판리주 공동 집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