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현지에서 의료 임플란트 제작 장비가 가동 중인 모습 인도 임플란트 시장이 구조적 전환기를 맞이하고 있다.
인구 고령화, 건강 인식의 확산, 의료 인프라 확충이라는 삼박자가 맞물리면서 고부가가치 의료기기, 특히 정형외과 및 심혈관 임플란트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여기에 인도 정부의 ‘의료기기 국산화’ 정책이 본격화되면서 시장 주도권은 외국계 다국적 기업에서 현지 제조사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KOTRA 뭄바이무역관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인도 의료기기 시장은 2023년 153억 5,000만 달러에서 2029년 205억 1,000만 달러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이 가운데 정형외과·심혈관 임플란트 분야는 연평균 15~16%라는 고성장을 기록하며 전체 산업 성장을 이끌고 있다.
과거 인도 임플란트 시장은 약 90% 이상을 외국계 기업이 점유했으나, 2024년 들어 현지 기업들의 매출 증가 폭이 외국 기업을 앞지르며 판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특히 Meril Life Sciences, GPC Medical, Narang Medical 등 인도 토종 기업들이 공격적인 투자와 수출 확대를 통해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이 같은 변화의 중심에는 인도 정부의 의료기기 국산화 정책이 있다. 생산연계보조금(PLI) 제도, 가격상한제, 보편적 건강보험(PM-JAY) 등 다양한 제도를 통해 국내 생산 장려와 소비 촉진을 병행하고 있다. 이와 함께 외국인 직접투자(FDI)에 대한 전폭적인 개방과 의료기기 산업 강화를 위한 예산 배정도 꾸준히 이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시장 진입을 위해선 까다로운 인증 절차를 반드시 통과해야 한다. 인도 중앙의약품표준통제기구(CDSCO)의 규정에 따라 제조시설과 제품 등록, 수입허가서(MD-15) 발급, 지정 대리인 지정, 수수료 납부 등 복잡한 절차를 충실히 이행해야 한다. 승인까지 6~9개월이 소요되는 만큼, 철저한 준비가 요구된다.
전문가들은 인도 시장이 단순 수출처가 아닌, 한국 기업의 R&D, 생산, 글로벌 확장의 전략 거점이 될 수 있다고 분석한다. 임상시험 비용이 낮고, 숙련된 의료진과 방대한 환자 풀을 확보한 인도는 제품 공동 개발과 혁신 주기 단축에 최적의 환경을 제공한다. 특히 중저가 의료기기 수요가 높은 남아시아, 아프리카, 중동으로의 진출에도 유리하다.
현지 병원 및 연구기관과의 협력, 조립 또는 생산기지 설립을 통한 가격 경쟁력 확보도 중요하다. ‘메이크 인 인디아(Make in India)’ 정책에 따른 정부 인센티브와 현지 수용성은 한국 기업에게 큰 기회를 제공한다.
KOTRA 뭄바이무역관과의 인터뷰에서 NK컨설팅의 Bindra 이사는 “인도의 임플란트 수요 증가는 한국 기업이 글로벌 의료기술 시장에서 입지를 확대할 수 있는 큰 기회를 의미한다”며 “현지 협력과 생산기반 구축을 통해 한국 기업이 보다 빠르게 시장을 선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서구 시장의 포화와 경쟁 심화 속에서, 인도는 이제 의료기기 산업의 새로운 성장 거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제는 ‘빠르게’, ‘철저히’ 준비하는 기업만이 이 기회를 잡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