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항저우에서 25일 세계 최초의 휴머노이드 로봇 격투기 대회가 열렸다. 지난달 19일 베이징에서 휴머노이드 21대가 참가한 하프 마라톤 대회가 열린 데 이어 로봇 시장 선점을 위해 중국이 펼치는 총력전의 일환이다.
중국 저장성(浙江省) 항저우(杭州)에서 세계 최초로 인간형 로봇 간 격투 경기를 중심으로 한 'CMG 세계 로봇 대회(CMG World Robot Conference)'가 성황리에 개최됐다.
이번 행사는 중국중앙방송총국(CMG, China Media Group)이 주최하고, 중국 로봇 산업 선도 기업 유니트리(宇樹科技, Unitree Robotics)가 협력 파트너로 참여하였다.
이번 대회는 휴머노이드(Humanoid) 로봇의 기술력과 실전 적용 가능성을 대중에게 선보이기 위한 과학 보급 및 엔터테인먼트 성격을 모두 갖춘 이색 행사로 기획되었다.
대회는 크게 두 부문으로 나뉘었는데, 첫 번째는 로봇들이 단체 공연을 펼치는 시연 부문이며, 두 번째는 실제 대전 형식으로 구성된 격투 경기 부문이다.
격투 경기에는 비전문가인 인플루언서(Influencer) 4명이 참가해 각기 유니트리의 최신형 휴머노이드 로봇인 G1을 원격 조종하며 3라운드(각 2분) 동안 경합을 벌였다. 유니트리 G1은 2023년에 출시된 모델로, 신장 약 1.3m, 체중 약 35kg의 금속 프레임을 갖춘 경량형 로봇이다.
경기 중 로봇들은 헤드기어(Headgear)와 글러브(Glove)를 착용한 채 링 안에서 사람처럼 주먹을 주고받고, 발차기와 무릎 공격 등을 펼치며 치열한 공방전을 벌였다.
심판의 구령에 따라 시작된 격투는 실제 이종격투기(Mixed Martial Arts)와 유사한 방식으로 진행되었으며, 유효타는 손 공격 시 1점, 발 공격 시 3점으로 채점되었다. 주먹으로 얼굴을 방어하거나 중심을 이동시키는 동작을 취하며, 넘어졌을 경우에는 10초 이내 스스로 일어나 다시 전투 자세를 취하는 기능도 선보였다. 이는 로봇의 밸런스 회복 알고리즘과 자가복원 동작이 일정 수준 구현되었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경기 중 일부 로봇은 중심을 잃고 쓰러지거나, 링 외곽 로프에 가로막혀 움직임이 제한되는 장면도 연출되어 기술적 한계 또한 드러났다. 타격으로 인해 금속 외피가 파손되는 사례도 발생했다. 이러한 예기치 못한 장면들은 대회의 긴장감을 높이는 동시에 관객들의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냈다.
중국중앙TV(CCTV)는 본 대회를 전면 생중계하며 “로봇 기술의 대중화와 상용화 가능성을 동시에 모색하는 과학문화 축제”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대회가 열린 항저우 실내 경기장에는 수많은 관람객이 몰려들었으며, 온라인 중계를 통해 수백만 명이 경기를 시청했다.
중국컴퓨터학회(中國計算機學會) 산하 스마트로봇위원회 소속 저우디(周迪, Zhou Di) 교수는 “이번 로봇 격투는 단순히 기술 시연을 넘어서, 로봇이 실시간으로 환경을 인식하고 상대의 동작을 예측·판단하는 능력을 시험하는 무대였다”며, “이 기술은 향후 산업용 로봇의 장애물 회피, 구조 로봇의 돌발 상황 대응 등 다양한 응용 분야에 활용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유니트리의 G1은 동작 제어(Motion Control), 인식 시스템(Perception System), 경로 계획(Path Planning), 의사결정 알고리즘(Decision-making Algorithm)을 통합한 복합 제어 체계를 기반으로 작동된다. 사용자가 원격 조종기로 훅(Hook), 킥(Kick) 등의 명령을 내리면, 로봇은 상대 위치를 실시간으로 탐지하고, 동작 경로를 설정해 목표 동작을 실행한다. 하지만 교수는 “현 단계에서는 센서 반응과 명령 실행 간에 밀리초(ms) 단위의 지연이 발생해, 실시간 상호작용이 필요한 격투에서는 여전히 도전이 크다”고 분석했다.
과거 유니트리는 같은 G1 로봇을 통해 공중제비, 달리기, 단체 무용 등의 고난도 시연을 성공시킨 바 있다. 그러나 격투는 외부 간섭과 예측 불가능한 상호작용이 지속적으로 일어나는 고난도 환경이기 때문에, 이번 대회를 통해 단순 동작 수행을 넘어 복합 상황 대응 능력을 실험하게 된 셈이다.
CMG는 이번 행사를 계기로 매년 국제 로봇 기술 축제로 확대해, 자국 로봇 산업의 대중적 인지도와 상업적 잠재력을 동시에 제고한다는 방침이다. 과학과 오락, 기술과 시장을 결합한 새로운 유형의 ‘기술 스포츠(Techno Sport)’가 중국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