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굿즈 전문 매장 내부 모습으로, 다양한 캐릭터 상품과 피규어 등이 진열되어 있어 팬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중국에서 ‘굿즈 경제(谷子经济)’가 새로운 소비 트렌드로 부상하고 있다. 과거 특정 팬덤을 중심으로 형성됐던 굿즈 시장이 MZ세대의 소비 트렌드를 타고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며, 콘텐츠 산업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자리 잡고 있다.
‘굿즈’란 영어 ‘goods’의 중국어 음역에서 유래한 단어로, 애니메이션, 만화, 게임, 아이돌 등 콘텐츠 IP(지식재산권)를 기반으로 제작되는 파생상품을 의미한다.
포스터, 포토카드, 피규어, 키링, 인형 등 소장용 아이템부터 생활용품에 이르기까지 굿즈의 형태는 다양하다.
최근에는 굿즈 전문 매장인 ‘굿즈점(谷子店)’까지 등장했으며, 굿즈를 구매하는 행위를 뜻하는 신조어 ‘츠구(吃谷)’까지 생겨날 정도로 중국 MZ세대의 뜨거운 인기를 끌고 있다.
굿즈 경제의 폭발적 성장…2024년 시장 규모 1689억 위안
중국의 서브컬처 시장은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iiMedia(艾媒咨询)에 따르면, 서브컬처 관련 시장 규모는 2019년 2983억 위안(약 59조 6,600억 원)에서 2024년 5977억 위안(약 119조 4,400억 원)으로 두 배 가까이 성장했으며, 2029년에는 8344억 위안(약 166조 6,8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가운데 굿즈 경제의 2024년 시장 규모는 1689억 위안(약 33조 7,8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40.63%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굿즈 시장 성장의 주된 배경으로는 ▲퀄리티 높은 애니메이션·게임 콘텐츠의 인기 ▲정서적 가치를 중시하는 소비문화 ▲Z세대의 소비력 향상이 꼽힌다.
특히 굿즈의 주요 구매층은 1선 도시에 거주하는 20~30대 여성으로, 이들이 전체 소비자의 61.4%를 차지한다. 피규어, 포토카드, 코스튬 등 ‘정서적 만족감’을 주는 굿즈가 인기를 끌고 있으며, 소비자들의 81.8%가 굿즈 구매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 생태계 확장…콜라보 굿즈 인기몰이
굿즈 경제는 콘텐츠 개발부터 제품 제작, 유통까지 포괄하는 다층적인 산업 생태계를 갖추고 있다. ▲업스트림에서는 인기 IP 확보와 콘텐츠 기획이 이뤄지며, ▲미들스트림에서는 굿즈 디자인 및 제작 ▲다운스트림에서는 전자상거래 플랫폼과 오프라인 매장을 통한 유통이 진행된다.
최근에는 굿즈 전문 매장과 대형 완구기업들이 시장에 본격 진출하면서 유통망이 다변화됐다. 대표적으로 완구기업 ‘팝마트(泡泡玛特)’와 ‘카요우(卡游)’가 굿즈 시장에 뛰어들며 산업 전반의 체계화가 진행 중이다. 여기에 인기 콘텐츠와 브랜드의 콜라보 굿즈가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밀크티 브랜드 HEYTEA가 현대미술가 쿠사마 야요이와 협업해 출시한 한정판 굿즈는 매장 앞에서 오픈런이 벌어질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콜라보 굿즈 열풍은 애니메이션·게임 IP뿐 아니라 패션, 식음료 브랜드까지 확장되었다. MINISO의 해리포터 콜라보, NAYUKI(奈雪的茶)와 세일러문, KAYOU와 MY LITTLE PONY 협업 등이 대표적 사례다. 중국 SNS 플랫폼인 샤오홍슈(小红书)를 통해 굿즈 출시 일정과 콜라보 정보가 실시간으로 공유되면서 소비자들의 관심을 더욱 끌고 있다.
중국의 티 브랜드 NAYUKI가 세일러문과 협업하여 출시한 굿즈로, 팬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IP 의존도·리셀 시장 부작용 해결 과제
굿즈 경제의 급성장에도 불구하고 몇 가지 과제가 남아 있다. 중국 굿즈 시장은 해외 IP 의존도가 높아 자체 콘텐츠 경쟁력이 약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특히 해외 IP의 무단 사용으로 인한 저작권 침해 문제와 한정판 굿즈의 리셀 프리미엄 과다 문제도 시장 질서를 흐리는 요인으로 꼽힌다.
특히 인기 굿즈의 경우 리셀 시장에서 정가의 수십 배에 거래되거나, 모조품이 유통되는 사례가 빈번하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저작권 보호 강화와 유통 질서 확립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동시에 단기적인 인기 제품 판매에 집중하기보다는 장기적인 팬덤 구축과 IP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전략 마련이 필요하다.
한국 콘텐츠 기업에 새로운 기회…“IP 콜라보 주목”
중국 굿즈 경제의 성장세는 한국 콘텐츠 기업에게도 새로운 기회를 제공한다. 특히 이모티콘, 웹툰, 일러스트 등 IP 콘텐츠를 보유한 기업들이 굿즈화 전략을 통해 중국 시장에 진출할 가능성이 크다. 한국 콘텐츠는 이미 높은 인지도를 보유하고 있어 굿즈 제작과 콜라보 행사 등을 통해 현지 팬덤을 공략할 수 있다.
Beijing Cloud Point Technology 관계자는 “중국 굿즈 시장은 MZ세대의 소비 트렌드와 잘 맞아 지속적인 성장 가능성이 크다”며 “한국의 우수한 IP 콘텐츠와의 협업을 통해 더 많은 기회를 창출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KOTRA 광저우무역관은 “중국 굿즈 시장은 단순한 상품 판매를 넘어 팬덤과 정서적 유대감을 형성하는 새로운 소비문화”라며 “빠르게 변하는 트렌드에 맞춰 창의적인 굿즈 개발과 콜라보 전략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굿즈 경제가 중국 MZ세대의 소비문화로 자리 잡으면서, 이 시장을 공략하려는 국내외 기업들의 경쟁도 치열해질 전망이다. IP 콘텐츠의 차별성과 팬덤 마케팅 전략이 성공의 열쇠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