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까지만 해도 아파트 숲사이로 난 산책로를 걸으며 낙엽비를 맞는 낭만이 있었는데, 오늘 아침은 사뭇 느낌이 다르다.
그래도 허리춤에 제법 샛노란 잎새를 가지고 만추의 서정을 느끼게 하던 은행나무조차 밤사이 누군가 서리를 해갔나? 앙상하게 가지를 드러낸 나무를 보니 무언가 아쉬운 느낌이 든다.
어젯밤부터 태풍같은 바람이 밤새 윙윙거리더니 아침이 되어도 멈추지 않는다.
현관문을 열고 나서자마자 옷깃을 파고드는 한기가 심상치 않다.
어제 저녁, 저녁예배를 가려고 준비하고 있는데, 얼마 전 교통사고로 병원에 입원했던 친구가 전화가 와 자전거를 타고 정왕역 뒤에 있는 뼈다귀해장국 집에서 함께 식사를 했다.
그 친구는 단종사 이사로 타일 일을 하는데 옛날식으로 말하자면 오야지이고 우리말로 하면 타일 부문 책임자이다.
그 친구가 2년 전 큰 손해를 보았다. 그리고 재기하기 위해 다시 한번 심기일전 도전했는데, 또다시 문제가 생긴 것 같다.
모든 일은 관리를 잘해야 한다.
요즘 건설사는 BIM 시스템으로 건축의 물량을 계산해 비용을 산출한다.
여기에 드는 부자재 못 하나까지도 산출하는 시대이다.
그나마 어수룩했던 토목공사마저도 이제는 BIM 시스템으로 산출해 낸다. 건설사는 이미 정확한 빅데이터 기준을 가지고 시공사 입찰받는다.
건축일이 과거와 달리 시작점부터 방법이 달라졌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BIM 3D 설계에서 나타나지 않는 것은, 기후로 인한 리스크, 재해, 교통 등의 이유로 발생하는 리스크 비용 등인데 이런 것은 BIM을 도입한 이래로 그 리스크 조차 해를 거듭하면서 데이터화 되어 이제는 중간 관리자들조차 작업공정을 관리하는 것들 외에는 특별히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그러면 이제 남은 것은 이윤을 얼마로 책정하고 단종사와 배분할 것인가 하는 문제만 남은 것이다.
그래서 과거에는 현장 상황이 이러저러해서 추가 비용이 발생하니까 비용을 더 줘야 한다고 떼를 쓸 수가 있었는데, 지금은 그런 것을 주장할 틈새가 주어지지 않는다. 그놈의 BIM 때문에 건설사나 시공사 관리자들이 하부 조직의 주장을 들어 주고 싶어도 들어줄 수가 없는 피곤한 상황이 되어버렸다.
나는 그에게 관리 문제를 몇 번 지적한 적이 있다. 어제도 마찬가지였는데 “관리“를 두고 관점이 서로 달라 답답했다.
그는 오랫동안 해왔던 자기 관리 방법이 틀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도 그가 틀렸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이제는 주먹구구식 계산으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낮은 금액으로 오더를 따내고, 일하다가 중도에 추가적인 딜을 도모해서 이윤을 창출할 요량으로 오더를 따냈다면 이미 접근 방식에서부터 시스템 오류가 생긴 것이다. 만약 그가 그런 생각으로 오더를 따냈다면 그에게 단종사는 그저 타일 이사들의 피를 빨아 자기 이윤만 챙기려는 나쁜 단종사 놈이 되고 말 것이다.
도면을 받는 순간, 견적은 첫 시공부터 마감까지 비용을 계산하고, 타일 공정 이외의 후공정과의 간섭까지 모든 리스크를 포함하는 플랜을 세워서 일을 시작해야 한다.
이러한 계획을 세우는 비용을 그는 간과하고 있다. 나는 이렇게 계획을 세워 시행하는 과정을 관리라고 말하고 있는데, 그는 어떻게 사람을 대고 부자재를 대고 단종사와 추가 딜을 잘 할 것인가를 관리라고 말하고 있다.
어제 친구는 전철을 타고 정왕역까지 온 줄 알았는데, 그는 운전해서 왔다고 한다.
꼭 대리운전을 하라고 당부하고 자전거를 가지러 갔다 오니 그는 이미 출발하고 없었다.
대리운전을 하고 갔겠지?
하인리히 1:29:300 이라는 법칙이 있다.
300번의 경미한 사고를 방치하면 한 번의 중형사고가 나고 그 중형사고 29번을 방치하면 1번의 대형사고가 난다는 법칙이다.
어이, 사랑하는 친구!
빨리 회복하길 바라고, 작업하고 있는 현장들이 잘 마무리 되길 바라네!
내가 잘난 척 하는게 아니고 과학적 통계적 관리 방법에 대해 다시 한번 숙고해 보시게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