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집 안 간 노처녀의 서러움같이 찔끔 빗방울을 떨구더니, 천덕꾸러기 신세로 터져 나온 한숨인 양 심술 난 아이처럼 바람이 프라타나스 나무를 흔들어 댄다.
자동차 수리를 하려고 정비소에 차를 입고시키고 어두침침한 고객대기실에서 무작정 기다리려니 답답한 마음에 트렁크에서 캠핑용 의자를 꺼내들고 군자천변 산책로에 자리잡고 멍하니 앉아있다.
어제 동창회에서 어찌나 술을 마셨는지 아직도 어질어질 하다.
아마도 어제 번민 하나를 털어내어 홀가분한 마음에 그랬는지도 모른다.
그럭저럭 또 한해가 노을지는 이 산책로 언저리에 플라타나스 낙엽이 소리를 내며 바닥에 떨어진다.
한적한 산책로에 늦가을이 선사하는 한 편의 수채화.
요즘은 어디를 가나 감사의 기도처럼 마음이 평안하다.
내가 부족해서 그렇지 주변에서 묵묵히 지켜보는 좋은 친구들이 있으니 오늘 하루 그저 아무 생각없이 산책로에 앉아 있어도 행복할 듯 하다.
평안이 주는 여유 ...
오늘도 어떤 감사로 마무리할 지 기대가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