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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년 건축에 문화공연, 강변에는 낭만…중국 톈진의 가을이 뜨겁다
  • 이윤낙 발행인
  • 등록 2026-10-12 21:4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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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국경절 관광객·관광 지출 동반 증가…역사 거리부터 산악·해안까지 다채로운 매력

하이허(海河) 강변의 대관람차 ‘톈진의 눈’과 주변 건축물이 불빛을 밝히며 톈진의 낭만적인 밤 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사진: 이윤낙 서울일보 중국특파원)

(서울일보/이윤낙 중국특파원) 중국 여행을 계획할 때 베이징의 자금성과 만리장성, 상하이의 화려한 야경을 먼저 떠올리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중국 북부에는 다른 방식으로 여행객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도시가 있다. 유럽풍 저택이 늘어선 거리를 걷다가 중국 전통문화 시장을 만나고, 저녁이면 강변의 불빛을 따라 도시의 새로운 표정을 발견하는 곳, 톈진(天津)이다.


한국인에게 ‘천진’이라는 이름으로도 익숙한 톈진은 베이징·상하이·충칭과 함께 중국의 4대 직할시 가운데 하나다. 보하이만(渤海湾)에 접한 항구도시이자 중국 북부의 주요 상업·산업 중심지로 성장해 왔다. 항만과 공장의 이미지가 강하지만, 여행자의 눈으로 바라보면 물길을 따라 형성된 생활문화와 근대 건축, 전통예술이 겹겹이 쌓인 도시다.


올해 국경절 연휴에는 이러한 매력이 관광 실적으로 이어졌다. 톈진시 문화여유국 발표와 중국롄퉁(中国联通) 빅데이터에 따르면, 2026년 국경절 연휴 관광객 방문 건수와 관광객 총지출은 비교 가능한 기준으로 전년 대비 모두 증가했다. 관광객 1인당 소비액은 987위안(한화 약 20만원)이었다. 관광 관련 민원도 뚜렷하게 감소했다고 시 당국은 밝혔다.


톈진을 이해하는 첫 번째 열쇠는 도시를 가로지르는 하이허(海河)다. 강을 따라 역사 건축물과 현대적인 도시 공간이 이어지고, 다리마다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강변을 걸으며 건물의 외관을 살펴보거나 유람선에서 물 위로 펼쳐지는 도시를 바라보는 것은 톈진 여행의 대표적인 즐거움이다.


특히 밤에는 강변 관광의 매력이 살아난다. 진완광장(津湾广场)과 강 주변의 건축물에 불빛이 켜지고, 다리와 수면의 반사가 어우러진다. 융러교(永乐桥) 위에 설치된 대관람차 ‘톈진의 눈’, 톈진즈옌(天津之眼)은 이 도시를 상징하는 명소다. 강변에서 관람차를 바라보는 풍경과 관람차에서 도시를 내려다보는 풍경이 서로 다른 즐거움을 준다.


조명과 사람들로 활기를 띠는 톈진 도심의 밤 풍경. (사진: 이윤낙 서울일보 중국특파원)

낮의 톈진에서 빼놓기 어려운 곳은 우다다오(五大道)다. 이름은 ‘다섯 개의 큰길’이라는 뜻이지만, 실제로는 여러 도로와 골목으로 연결된 역사 건축 지역을 가리킨다. 마창다오(马场道), 무난다오(睦南道), 다리다오(大理道), 충칭다오(重庆道), 청두다오(成都道)를 중심으로 다양한 서양식 건축물이 남아 있다.


이 일대에는 1920∼1930년대에 지어진 정원형 저택과 역사 인물들의 옛 집이 모여 있어 ‘만국 건축박람관’이라는 별칭이 붙었다. 건물마다 지붕과 창문, 벽돌과 현관의 형태가 달라 천천히 걸을수록 세부가 눈에 들어온다. 중국의 근대 조계 역사 속에서 형성된 공간인 만큼, 이국적인 외관을 감상하는 동시에 당시 중국 사회와 외국 문화가 만났던 흔적을 읽을 수 있다.


역사 건축물 앞 공간에 설치된 하트 조형물과 관광객들. (사진: 이윤낙 서울일보 중국특파원)

서양식 건물 앞에서 관광객들이 거리 풍경을 즐기고 있다. (사진: 이윤낙 서울일보 중국특파원)

우다다오가 저택과 골목의 건축을 감상하는 곳이라면, 이탈리아풍 거리 이스펑칭취(意式风情区)는 광장과 거리의 분위기를 즐기는 공간이다. 옛 이탈리아 조계 지역을 바탕으로 조성된 이곳에는 이탈리아풍 건축물과 마르코폴로광장이 자리한다. 역사 건축물을 활용한 관광·상업·문화 공간이 모여 있어 도시 산책의 또 다른 목적지가 된다.


이 거리에는 중국 근현대사의 이야기도 남아 있다. 사상가 량치차오(梁启超)는 이 지역에서 저술 활동을 했고, 희곡 ‘뇌우’로 알려진 극작가 차오위(曹禺)는 어린 시절과 청년기를 보냈다. 여행객에게는 유럽풍 거리이지만, 중국 독자에게는 사상과 문학의 기억이 담긴 장소이기도 하다.


중국 전통도시의 분위기를 만나려면 구원화제(古文化街), 고문화거리로 발길을 옮길 만하다. 하이허 서쪽 강변에 자리한 이 거리는 톈진의 수운과 상업 발전을 배경으로 형성된 지역이다. 중심에는 바다의 여신 마쭈(妈祖)를 모시는 톈허우궁(天后宫)이 있어 물길과 함께 살아온 도시의 역사를 보여준다.


명·청 시대 양식의 건축물이 이어지는 거리에는 전통적인 분위기와 오늘날의 상업 활동이 함께 살아 있다. 우다다오와 이탈리아풍 거리에서 서양 건축의 흔적을 만났다면, 이곳에서는 중국 전통 거리의 색채와 생활문화를 살펴볼 수 있다. 서로 다른 문화 공간을 한 도시에서 경험할 수 있다는 점이 톈진 여행의 흥미를 더한다.


전통 건축물이 둘러싼 거리에서 펼쳐지는 공연을 관광객들이 관람하고 있다. (사진: 이윤낙 서울일보 중국특파원)

전통 양식의 마당에 마련된 휴식 공간에서 방문객들이 여유를 즐기고 있다. (사진: 이윤낙 서울일보 중국특파원)

올해 국경절에는 이러한 거리들이 공연 무대로 변신했다. 톈진연극제 특별 프로그램이 도시 여러 곳에서 진행되면서 우다다오와 고문화거리, 이탈리아풍 거리에서 전통극과 중국의 구연·공연예술, 오페라 등이 펼쳐졌다. 진제(金街)에서는 배우들이 관광객과 가까이 호흡했고, 런민공원(人民公园)에서는 정자와 꽃나무를 배경으로 전통극이 공연됐다.


이탈리아풍 거리에는 야외 책시장이 들어섰고, 민위안광장(民园广场)과 몐싼창의거리(棉3创意街区)에서는 먹거리와 문화상품을 결합한 행사가 열렸다. 역사 건축물을 구경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그 안에서 책을 읽고 공연을 보고 시장을 즐기는 관광으로 확장된 것이다.


무대에서 전통 의상을 입은 출연진이 조명과 안개 효과를 배경으로 공연하고 있다. (사진: 이윤낙 서울일보 중국특파원)

색색의 등롱이 걸린 실내 공간에 방문객들이 모여 있다. (사진: 이윤낙 서울일보 중국특파원)

여행의 기억에는 음식도 빠질 수 없다. 톈진의 대표 먹거리로는 고기소를 넣어 찐 거우부리바오쯔(狗不理包子), 반죽을 꼬아 튀긴 스바제마화(十八街麻花), 팥소를 넣은 찹쌀 튀김떡 얼둬옌자가오(耳朵眼炸糕)가 알려져 있다. 한국의 만두와 꽈배기, 찹쌀 도넛을 떠올리면 접근하기 쉽지만, 각각의 식감과 조리 방식에는 지역의 개성이 담겨 있다.


아침에는 젠빙궈쯔(煎饼果子)가 톈진의 일상으로 안내한다. 얇게 부친 반죽에 튀긴 밀가루 음식 등을 넣어 접어 먹는 이 음식은 지역 주민들이 즐겨 찾는 대표적인 아침 메뉴다. 유명 식당에서 한 끼를 먹는 것과 함께 주민들의 아침 식문화를 경험하는 것도 도시를 이해하는 방법이다.


톈진의 여행 범위를 도심 밖으로 넓히면 풍경은 다시 달라진다. 북부 지저우구(蓟州区)의 판산(盘山)은 산악 경관과 문화유적을 함께 품은 명소다. 황야관장성(黄崖关长城)에서는 산세를 따라 이어지는 성벽을 만날 수 있고, 두러쓰(独乐寺·독락사)는 오래된 목조건축과 불교문화를 살펴볼 수 있는 장소다.


특히 독락사는 984년에 중건된 역사 사찰로, 관음각의 목조 구조가 주요 볼거리다. 서양식 근대 건축물을 둘러본 뒤 중국의 고대 목조건축을 찾아가는 여정은 톈진에서 경험할 수 있는 건축 여행의 폭을 보여준다. 다만 지저우의 산악 관광지는 도심과 떨어져 있어 별도의 이동 시간을 고려해야 한다.


바다 쪽으로는 빈하이신구(滨海新区)가 있다. 톈진항과 국제크루즈 모항 등이 자리한 이 지역은 항구도시 톈진의 현대적인 면모를 보여준다. 관광객에게는 타이다 항공모함 테마파크와 국가해양박물관 등이 주요 방문지다. 국경절에는 항공모함 테마파크의 전시와 체험 행사, 박물관의 특색 있는 프로그램이 가족 단위 방문객의 관심을 끌었다.


타이다 항공모함 테마파크의 항공모함과 주변 관광 공간. (사진: 이윤낙 서울일보 중국특파원)

놀이시설에서 캐릭터로 분장한 출연자가 어린이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 이윤낙 서울일보 중국특파원)

한국 여행객에게 톈진은 베이징과 연계해 방문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베이징과 톈진을 연결하는 고속철도는 빠른 열차 기준 약 30분대로 두 도시를 잇는다. 중국의 황실 유적을 중심으로 베이징을 여행한 뒤, 톈진에서는 근대 건축과 강변 산책, 지역 먹거리를 즐기는 식으로 서로 다른 도시 문화를 경험할 수 있다.


톈진은 명소 하나를 보고 돌아서기보다 하루의 흐름을 따라 즐길 때 매력이 드러나는 도시다. 아침에는 지역 음식을 맛보고, 낮에는 역사 거리를 걷고, 저녁에는 하이허의 불빛을 바라보는 여행이 가능하다. 여기에 하루를 더하면 박물관이나 해안 지역을, 일정을 더 넓히면 판산과 장성의 풍경을 만날 수 있다.


이번 국경절의 관광객·소비 동반 증가는 톈진이 가진 역사와 문화 공간을 오늘의 여행 경험으로 연결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익숙한 중국 관광지에서 한 걸음 벗어나 건축과 생활문화, 강변의 낭만을 함께 찾는 한국 독자에게 톈진은 새롭게 살펴볼 만한 도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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