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설명: 중국이 전기자동차 배터리를 전력망과 양방향으로 연결하는 V2G(Vehicle-to-Grid) 기술 확대에 나서고 있다. 전기요금이 낮을 때 차량을 충전하고 전력 수요가 높은 시간에는 배터리에 저장된 전기를 다시 전력망으로 보내는 개념을 표현한 이미지. (이미지=AI 생성)
중국이 급증하는 전기자동차를 단순한 교통수단이 아닌 거대한 ‘이동식 에너지저장장치’로 활용하는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인민일보는 16일 중국에서 전기자동차와 전력망이 전기를 양방향으로 주고받는 ‘차량-전력망 연계(Vehicle-to-Grid·V2G)’가 실증단계를 거쳐 확대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전기차를 충전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필요할 때 차량 배터리에 저장된 전기를 다시 전력망으로 보내는 방식이다.
원리는 간단하다. 태양광·풍력 발전량이 많거나 전력 수요가 낮은 시간에는 전기차를 충전한다. 반대로 전력 사용량이 급증하는 시간에는 차량에 남아 있는 전기를 전력망으로 되돌려보낸다. 수많은 전기차가 일종의 분산형 대형 배터리 역할을 하는 셈이다.
중국과학원 원사이자 칭화대 교수인 어우양밍가오(欧阳明高)는 2030년 중국의 전기차 보유량이 1억1천만~1억6천만 대, 2040년에는 3억~4억 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전기차 규모가 커질수록 충전 수요 자체가 전력망에 상당한 부담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중국 국가 충전시설 모니터링 서비스 플랫폼에 따르면 올해 7월 말 현재 중국의 전기차 충전 인프라는 2,368만3천 개로 전년 동기보다 41.9% 증가했다. 중국 당국은 2030년 1억1천만 대 이상의 전기차 운행을 지원할 수 있는 충전 인프라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V2G가 주목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전기차가 모두 비슷한 시간대에 충전을 시작하면 전력망에 막대한 부하가 발생한다. 반대로 충전시간을 분산시키고 일부 차량이 전력 피크시간에 전기를 공급하면 발전소와 송배전망의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차주 입장에서는 새로운 수익원이 될 가능성도 있다. 전기요금이 싼 시간에 충전하고 가격이 높은 시간에 전기를 판매하면 가격 차이를 이용한 수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산시성 진청(晋城)에서는 최근 V2G 프로젝트 시험을 마쳤으며, 전기차에 남은 전력을 전력망에 판매할 수 있는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중국 정부도 제도화에 나섰다. 국가발전개혁위원회 등은 이미 V2G 규모화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2025년에는 첫 번째 시범사업을 공식 발표했다. 정부 계획에 따르면 2027년 말까지 V2G 양방향 충·방전 설비를 5천 개 이상 추가하고 누적 역송전량을 2천만kWh 이상으로 확대하는 것이 목표다.
다만 해결해야 할 문제도 적지 않다. 차량과 충전기의 통신규격 호환, 기존 충전시설 개조 비용, 전력 판매가격과 정산제도, 배터리 수명과 차량 보증 문제 등이 대표적이다. 중국에서도 V2G가 대규모 상용화되려면 자동차업체와 전력회사, 충전사업자 간 표준과 수익배분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기차 산업의 경쟁이 이제 주행거리와 충전속도를 넘어 ‘전기를 저장하고 필요할 때 되파는 자동차’로 확대되고 있다.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인 중국의 V2G 실험이 본격적인 상용화 단계로 이어질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