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설명: 국제유가 급등과 달러 강세로 인도 루피화 가치가 달러당 96루피 선에 근접하면서 인도의 수입물가와 기업 생산비 부담이 커지고 있다. AI 생성 이미지.
15일 외환시장에서 루피화는 달러당 95.8루피 선을 위협받고 있다. 지난주 말에는 95.55루피로 거래를 마쳤으며, 시장에서는 95.8루피 선이 무너지면 달러당 96루피까지 추가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루피화 약세의 가장 큰 원인은 국제유가 상승이다. 브렌트유 가격은 아시아 시장에서 배럴당 107.2달러를 넘어섰다. 최근 한 달 동안 상승 폭은 18%를 넘었으며 한때 배럴당 110달러에 근접했다. 중동지역 긴장과 사우디아라비아 에너지시설에 대한 공격, 원유 수송 차질 우려가 가격을 끌어올렸다.
인도는 원유 수요의 상당 부분을 해외에서 들여오기 때문에 유가가 오르고 루피화 가치가 떨어지면 같은 양의 원유를 수입하는 데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이는 휘발유와 경유 가격뿐 아니라 운송비, 전력 생산비, 비료와 화학제품 등 산업 전반의 비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물가상승 압력은 이미 통계로 나타나고 있다. 인도의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4.82%로 7월의 4.45%보다 높아졌다. 인도중앙은행의 중기 물가 목표인 4%를 3개월 연속 웃돌았다.
식품물가는 7월 5.52%에서 8월 5.95%로 상승했다. 양파와 생강, 식용유 등 생활과 밀접한 품목뿐 아니라 금·은 등 귀금속 가격도 물가 상승에 영향을 줬다. 농촌지역의 물가상승률은 5.23%로 도시지역의 4.31%보다 높았다.
기업이 체감하는 원가 부담은 더욱 크다. 8월 도매물가 상승률은 9.92%로 4개월 연속 9%를 넘어섰다. 연료·전력 부문의 상승률은 22.93%에 달했고 식품 관련 도매물가도 7.05% 올랐다. 제조제품 물가는 8.37% 상승했다.
유가 상승이 장기간 이어질 경우 기업들은 늘어난 생산비와 운송비를 제품 가격에 반영할 수밖에 없어 소비자물가가 추가로 오를 가능성이 있다. 특히 저소득층은 소득에서 식료품과 교통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 물가 상승의 영향을 더 크게 받는다. 인도 도매물가 발표
인도중앙은행의 통화정책도 어려운 선택에 놓였다. 물가와 루피화 안정을 위해 금리를 올리면 소비와 기업투자가 위축될 수 있고, 금리를 유지하면 자본 유출과 수입물가 상승 압력이 더 커질 수 있다.
인도중앙은행은 루피화가 달러당 95.8루피에 접근할 때 달러를 매도하는 방식으로 시장에 개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는 16일부터는 시중 유동성을 줄이기 위해 모두 1조 루피 규모의 국채 매각도 진행할 예정이다.
인도 경제는 올해 높은 성장률을 유지하고 있지만 국제유가와 환율이라는 외부 변수에 크게 노출돼 있다. 고유가가 장기화하고 루피화가 달러당 96루피를 넘어설 경우, 인도의 성장세가 이어지더라도 가계와 기업이 체감하는 경제 상황은 상당히 악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