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허난성(河南省) 공안이 최근 농업 관련 허위정보를 유포한 네티즌들을 무더기로 처벌했다. 언뜻 보면 단순한 가짜뉴스 단속 사건처럼 보인다. 그러나 내용을 들여다보면 AI 시대가 농촌에 던지는 새로운 위협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다.
허난성은 중국 최대 밀 생산지 가운데 하나다. 지금은 밀 수확과 가을 작물 파종이 동시에 이뤄지는 가장 바쁜 농번기다. 그런데 이 시기에 인터넷에는 "농민들이 밀밭을 갈아엎고 채소를 심고 있다", "누군가 밀밭에 독을 뿌렸다", "밀밭에서 피가 흐른다"는 자극적인 게시물이 잇따라 올라왔다.
더 큰 문제는 사진이었다. 언뜻 보기에는 현장에서 촬영한 것처럼 보였지만 조사 결과 상당수가 AI가 만들어낸 가짜 이미지였다. 허난성 공안은 허위사실을 유포한 관련자들을 적발해 처벌했다고 밝혔다.
사실 필자는 중국에서 30년 넘게 생활하며 수많은 가짜뉴스를 봐 왔다. 과거에는 정치인이나 연예인을 대상으로 한 허위정보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대상이 달라지고 있다. AI 기술의 발전으로 농업, 식품, 재난, 환경 등 일반 국민의 생계와 직결된 분야까지 가짜뉴스의 무대가 확대되고 있다.
농촌은 도시보다 정보 검증 체계가 상대적으로 약하다. 무엇보다 농업은 신뢰가 생명이다. 특정 지역에서 병충해가 발생했다는 소문 하나만 돌아도 농산물 가격은 출렁인다. 식품 안전 문제가 제기되면 소비자들은 즉시 구매를 중단한다. 사실 여부가 확인되기도 전에 농민들은 피해를 입는다.
AI로 만든 가짜뉴스는 이러한 취약점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과거에는 사진을 조작하려면 상당한 기술과 시간이 필요했다. 이제는 몇 줄의 문장만 입력하면 그럴듯한 가짜 사진과 영상이 몇 초 만에 만들어진다. 불타는 밀밭도, 죽어가는 가축도, 오염된 농산물도 모두 손쉽게 생산할 수 있다. 문제는 일반인들이 이를 구별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도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
만약 AI로 만든 "전남 벼농사 병충해 발생으로 대재앙", "충청권 축산농가 집단 폐사", "과수원 농약 오염" 같은 가짜 이미지가 SNS를 통해 확산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실제 피해가 없더라도 소비 심리는 위축되고 농산물 가격은 흔들릴 수 있다. 결국 가장 큰 피해자는 현장에서 땀 흘리는 농민들이다.
물론 AI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AI는 농업 생산성 향상과 스마트팜 구축, 병해충 예측 등 다양한 분야에서 농업의 미래를 바꾸고 있다. 그러나 기술이 발전할수록 그것을 악용하는 사람도 늘어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허난성 사건은 단순한 인터넷 해프닝이 아니다. AI 시대의 가짜뉴스가 정치와 금융시장을 넘어 식량안보와 농업 현장까지 침투하고 있다는 경고음이다.
우리는 흔히 AI 혁명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혁명에는 언제나 그림자가 존재한다. 기술 발전의 혜택은 모두가 누릴 수 있지만, 그 부작용은 가장 약한 곳부터 파고든다. 지금 그 약한 고리가 농촌과 농민일 수 있다.
밀밭에서 시작된 허난성의 작은 소동은 어쩌면 AI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던지는 질문인지도 모른다.
"이제 우리는 무엇을 보고, 무엇을 믿어야 하는가."

[발행인: 李潤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