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8일 실시된 일본 중의원 선거에서 자민당이 단독 과반을 훌쩍 넘는 의석을 확보하며 압승을 거뒀다. 이번 결과로 헌법 개정 논의가 본격화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2월 8일 치러진 일본 중의원(하원) 선거에서 집권 자민당이 단독으로 316석을 확보하며 3분의 2를 넘는 의석을 차지했다. 자민당과 연립 여당을 합친 집권 진영은 총 350석에 달한다. 이로써 헌법 개정 발의와 국민투표 절차를 추진할 수 있는 정치적 조건이 갖춰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선거 결과를 두고 미국 주요 언론은 일제히 “일본의 안보 역할 확대”에 주목했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가 선거 과정에서 헌법 개정과 자위대의 명문화, 방위비 증액(GDP 대비 2% 이상), 무기 수출 제한 완화 등을 공언해왔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는 “투표용지에 ‘중국’이라는 단어는 없었지만, 선거 전반에 중국의 영향이 드리워져 있었다”고 전했다. 워싱턴포스트는 다카이치 총리의 압승을 “미국에 유리한 결과”로 평가하며, 평화헌법 개정이 현실화될 경우 일본이 중국을 견제하는 안보 부담을 더 많이 떠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핵심 쟁점은 일본 헌법 제9조다. 제9조는 전쟁 포기와 군사력 보유 부인을 명시한 이른바 ‘평화조항’으로, 전후 일본 정치의 근간이었다. 다카이치 총리는 선거 기간 “자위대를 헌법에 명시하겠다”고 밝혔고, 이는 일본 사회 내부에서도 찬반이 첨예하게 갈렸다.
의석 분포상 절차적 요건은 충족됐다. 하원에서 3분의 2 이상을 확보하면 헌법 개정안에 대한 국민투표 발의가 가능하다. NHK의 개표 집계에 따르면 자민당은 단독으로 ‘절대 안정 다수’를 넘어섰고, 상원에서 부결된 법안의 재의결까지 가능한 기반을 갖췄다. 아베 정권 이후 처음이다.
미·일 관계도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다카이치 총리는 선거 직후 미·일 동맹의 “무한한 잠재력”을 강조했고, 3월 중 미국 방문 일정도 확정됐다. 미국 언론은 이를 일본의 군사·안보 역할 확대를 전제로 한 전략적 조율로 해석했다.
반면 중·일 관계는 긴장 국면이다. 다카이치 총리가 과거 대만해협 사안을 일본의 ‘존재적 위기’로 언급한 이후, 중국은 일본 방문 및 유학 경보, 수산물 수입 중단, 이중용도(군민 겸용) 품목 수출 통제 강화 등 일련의 조치를 취해왔다. 일본 내에서는 이러한 갈등이 희토류 등 핵심 원자재 공급과 투자 환경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중국 외교부는 “일본의 헌법 개정 문제는 전후 국제질서와 직결된 사안으로, 아시아 이웃국과 국제사회의 지속적인 관심 대상”이라며 침략 역사에 대한 성찰과 평화 노선 유지를 촉구했다.
전문가들은 향후 관건으로 △국민투표 통과 가능성 △방위비 확대를 뒷받침할 재정 여력 △대중 관계 악화에 따른 경제적 비용을 꼽는다. 정치적 동력은 확보됐지만, 국내 여론과 경제 현실이라는 높은 문턱이 남아 있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