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제품 매장의 선풍기 진열 모습
【파리=더플라자글로벌신문】 2025년 여름, 유례없는 폭염이 프랑스를 강타하면서 소비 지형에 뚜렷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6월 말부터 7월 초까지 2주 넘게 이어진 폭염은 1900년 이후 두 번째로 더운 6월로 기록됐으며, 이는 경제 전반에도 영향을 미쳤다.
프랑스 보험사 알리안츠 트레이드에 따르면, 기온이 40도에 이르면 생산성은 최대 76%까지 떨어지며, 초여름 폭염으로 인해 프랑스 GDP의 0.3%, 유럽 전체 GDP의 0.5%가 손실된 것으로 분석됐다.
농업과 축산, 에너지 산업은 폭염의 직접적 타격을 받은 대표 산업이다. 곡물 성숙이 촉진되거나 작물이 말라죽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했고, Ain과 Golfech 원전이 강물 수온 상승으로 가동을 중단하기도 했다. 북부 Gravelines 원전도 해파리로 인해 8월 11일 멈춰서는 등 에너지 안정성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기후변화로 인한 소비 패턴 변화는 여름 상품의 판매 급증으로 이어졌다.
시장조사기관 닐슨IQ에 따르면, 2025년 여름 폭염 기간 동안 미스트 분사기 판매는 전년 대비 121% 증가했으며, 냉수 수프 48.8%, 자외선 차단제 82%, 아이스크림 56% 등 전반적인 여름 제품이 호황을 누렸다.
반면 뜨거운 수프는 18.6% 감소했고, 조리 프랑스식 요리, 육수, 코코아, 버터, 토마토소스, 차 등의 판매도 일제히 하락했다. 전체적으로 약 1,900만 개의 겨울 상품이 판매되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프랑스의 에어컨 보급률은 아직 35%에 불과하지만, 이동형·소형 제품에 대한 수요는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실외기 설치가 어려운 파리 등 도시 지역에서는 바퀴가 달려 실내 이동이 가능한 에어컨, 선풍기, 공기정화 기능을 겸비한 다기능 제품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2025년 상반기 프랑스의 에어컨 수입은 1억6537만 달러로 전년 대비 39.8% 감소했지만, 한국 제품 수입은 701.2% 증가해 주목을 받고 있다.
한편, 자외선에 대한 경각심과 함께 K-뷰티 제품의 인기도 상승하고 있다. 프랑스 약국에서 2024년 5월부터 1년간 판매된 자외선 차단제는 1,390만 개, 약 2억3720만 유로(약 3,400억 원)에 달하며, 평균 가격은 17유로로 집계됐다.
K-뷰티 브랜드 ‘조선미인(Beauty of Joseon)’은 프랑스 내 인기 자외선 차단제 브랜드 순위에서 8위에 오르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2025년 상반기 한국산 자외선 차단제 수입은 87,096천 달러로 전년 대비 98.5% 증가해 전체 수입국 중 5위를 기록했다.
프랑스 내 한국 소비재에 대한 호감도가 높은 상황이지만, 프랑스의 특수한 주거환경과 규제를 감안한 제품 설계와 마케팅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에어컨의 경우, 개방형 구조가 아닌 복도식 주택이 많고, 실외기 설치 허가가 필요한 경우도 많아 이동식 기기에 대한 수요가 높다. 이에 따라 휴대성·에너지 효율·다기능을 갖춘 소형 제품이 시장에 적합하다는 분석이다.
또한 K-뷰티 제품은 SNS 기반 마케팅이 중요하다. 현지 바이어에 따르면 “K-뷰티에 대한 인지도는 높지만 브랜드별 인식은 낮아, 소비자들이 인터넷 검색을 통해 제품을 인지하고 구매하는 경우가 많다”고 조언했다.
프랑스는 상대적으로 건조한 기후와 유럽 연합의 까다로운 수입 규제를 갖고 있는 만큼, 제품 개발과 마케팅에 있어 현지화 전략과 인증 준비가 중요한 열쇠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