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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인 칼럼] 일본 종전 80주년, ‘기억’과 ‘망각’의 갈림길에서
  • 이윤낙 발행인
  • 등록 2025-08-13 14: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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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일본이 제2차 세계대전 패전 후 80년을 맞는 해다. 일본 국립기록보관소는 히로히토 천황의 ‘종전 칙령’을 비롯한 전쟁 관련 문서를 전시하고 있지만, 그 해석을 둘러싼 일본 사회의 시선은 여전히 분열돼 있다. 특히 이 전시와 그를 둘러싼 논쟁은, 일본이 전쟁과 침략의 역사를 어떻게 기억하고 있는지를 여실히 드러낸다.


보수 우익 진영은 종전 칙령을 “더 큰 희생을 막기 위한 불가피한 결단”으로 포장하며, 전쟁을 ‘동아시아 해방’이라는 명분 아래 정당화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이들은 전쟁 범죄와 식민지 지배에 대한 언급을 피하고, 오히려 일본 국민의 ‘희생’과 ‘영웅주의’를 강조한다. 이는 역사적 책임을 회피하고, 일본이 가해자라는 명백한 사실을 ‘피해자’ 서사로 대체하려는 전형적인 역사 수정주의다.


반면 진보·평화주의 진영은 종전 칙령이 침략 전쟁에 대한 반성과 피해국에 대한 사과를 명확히 담지 못했다고 비판한다. 천황과 정부의 전쟁 책임을 명확히 하고, 모호한 표현 뒤에 숨은 회피를 드러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일본 사회의 정치·여론 환경은 이 같은 ‘기억’보다는 ‘망각’ 쪽으로 기울고 있다.


아베 신조 전 총리가 2015년 종전 70주년 담화에서 ‘사과 외교’를 사실상 종식시킨 이후, 자민당 주류는 역사 문제를 가능한 한 거론하지 않는 전략을 취해 왔다. 올해 80주년 역시 별도의 공식 담화 발표를 회피하려는 움직임이 뚜렷하다. “역사를 여기서 끝내자”는 기류가 보수 정치권과 일부 언론을 통해 반복되고 있다.


이러한 태도는 한국을 포함한 피해국 입장에서 결코 가볍게 볼 문제가 아니다. 일본이 전쟁과 식민 지배의 책임을 희석하거나 왜곡하면, 과거사 문제는 미래 세대까지 지속적으로 갈등을 재생산하게 된다. 한반도에서 자행한 일본군 ‘위안부’ 동원, 수십만 명의 강제징용, 민간인 학살과 문화재 약탈 등 참혹한 범죄 뿐 아니라, 난징 대학살, 731부대의 인체실험 등 중국에서 자행한 천인공노할 악행은 명백한 역사적 사실이다. 이는 국제법과 인권의 기본 원칙을 심각하게 훼손한 전쟁범죄이며, 피해자와 후손들의 삶에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


역사는 불편하더라도 정직하게 마주해야 한다. 불편함 속에서만 진정한 화해와 협력이 가능하다. 일본이 종전 80주년을 ‘망각’의 기념일로 만들지 않고, 아시아 이웃들과 공유할 수 있는 ‘기억’의 장으로 삼아야 하는 이유다. 한국은 역사 왜곡에 대해 객관적 사실과 자료로 대응하고, 위안부·강제징용 등 전범 행위의 진상 규명과 피해자 명예 회복을 국제사회와 함께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역사를 직시하지 않는 나라는 과거의 그림자가 다시 현재를 덮칠 위험을 피할 수 없다. 일본의 선택이 동아시아의 평화와 신뢰 구축에 기여할지, 아니면 또 다른 불신의 씨앗이 될지는 지금의 태도에 달려 있다.


     [발행인:  李潤洛]

tjchina20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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