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이 2018년 이후 본격적으로 추진한 대중(對中) 기술 봉쇄는 반도체·인공지능·항공우주 등 첨단산업의 전방위 차단을 목표로 했다. 수출 허가 제한, 첨단 제조 장비 공급 차단, 고성능 칩 판매 금지까지 다양한 수단이 동원됐다. 그러나 7년이 지난 지금, 결과는 기대와 다르다. 봉쇄는 중국의 기술 굴기를 억제하기보다 오히려 자립과 내재화를 가속화시키는 역효과를 낳고 있다.
첫째, 봉쇄는 중국에 ‘기술 자립’이라는 국가적 합의를 심어줬다. 핵심 기술은 살 수도, 살 필요도 없으며 반드시 자체 개발해야 한다는 인식이 사회 전반에 확산됐다. 국가 주도의 대규모 투자와 연구개발 인프라 확충이 이어지고 있으며, 반도체·전기차·신재생에너지 등 다수 분야에서 중국산 대체 기술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둘째, 미국의 제재는 범위가 제한적이다. 7나노 이하 초미세공정과 일부 첨단 장비를 겨냥했지만, 자동차·가전·통신장비 등에 쓰이는 성숙공정 칩 생산은 중국이 여전히 대규모로 유지하고 있다. 완전한 산업 사슬을 갖춘 중국의 제조 기반을 흔들기에는 부족하다.
셋째, 봉쇄는 미국 기업에도 손실을 안겼다. 중국 시장 매출 감소로 R&D 투자 여력이 줄어드는 악순환이 나타났다. 최근 미국 행정부가 엔비디아·AMD에 중국 판매 재개를 허용하는 대신 매출 일부를 납부하도록 한 결정은, 봉쇄 정책의 실효성 한계를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넷째, 중국의 산업 전략은 이미 성과를 내고 있다. ‘메이드 인 차이나 2025’는 전기차, 고속철, 태양광, 드론 등 다수 핵심 분야에서 세계 선두권을 만들었다. 기술 일부를 차단해도 산업 전반을 멈추게 할 수 없는 이유다.
이번 사태는 한국에도 중요한 교훈을 준다. 기술 패권 경쟁은 단기간에 끝나지 않는다. 핵심은 ‘기술 그 자체’보다 ‘산업 전반의 완결성’과 ‘공급망 안전성’이다. 우리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특정 기술 종속을 피하고, 필수 산업의 자립 역량을 확보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반도체·배터리·친환경 에너지 같은 핵심 분야는 장기 투자와 국내 공급망 강화로 안정성을 높여야 한다.
미국의 대중 기술 봉쇄는 단기적 충격을 줄 수는 있지만, 중국의 산업 체계를 무너뜨리기에는 역부족이다. 오히려 역사는 이를 새로운 도전과 성장의 발판으로 만드는 경우를 반복해왔다. 한국은 이 기술 패권의 격랑 속에서 흔들리지 않는 산업 전략과 외교 균형 감각을 동시에 가져야 한다. 그것이 우리 생존의 조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