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2011년 에든버러 마라톤에 참가하기 위해 나선 100세의 파우자 싱(Fauja Singh). 이 이미지는 Jeff J Mitchell/Getty Images가 촬영한 공식 사진으로, 그의 인생 마지막 레이스를 향한 여정과 불굴의 의지를 생생하게 담고 있다
[잘란다르=더플라자글로벌] 100세가 넘은 나이에도 꾸준히 마라톤에 참가하며 세계인의 존경을 받았던 인도의 장수 러너 파우자 싱(Fauja Singh)이 114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인도 펀자브주 경찰은 싱이 고향 마을인 베아스(Beas) 인근 도로를 걷던 중, 정체불명의 차량에 치이는 뺑소니 사고를 당해 병원으로 이송되었지만 끝내 숨졌다고 밝혔다.
사고를 담당한 잘란다르 지역 경찰은 “머리와 갈비뼈에 중상을 입고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회복하지 못했다”며, “CCTV 영상 분석과 목격자 진술을 바탕으로 가해 차량을 추적하고 있다”고 전했다. 생전 싱은 뚜렷한 존재감과 따뜻한 미소로 지역사회는 물론 전 세계 러너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인물이었다.
1911년 인도 시골에서 태어난 그는 아내와 아들의 죽음을 계기로 80대 후반 영국 런던으로 이주했고, 89세에 달리기를 시작했다. 그가 마라톤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단순한 운동이 아니라 상실의 고통을 딛고 삶을 다시 붙드는 몸부림이었다. “달리기는 나에게 친절을 베풀었습니다. 모든 트라우마를 잊게 해줬고, 다시 살아갈 힘을 줬습니다.” 102세였던 그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고백한 바 있다.
이후 ‘터번을 쓴 토네이도(Turbaned Tornado)’라는 별명을 얻으며 26.2마일 코스를 9차례 완주했다. 2003년 토론토 마라톤에서는 5시간 40분의 개인 최고기록을 세웠고, 2011년 같은 대회에서는 8시간 11분 6초 만에 결승선을 통과해 100세 이상 마라톤 완주자로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출생 당시 증명서가 없어 기네스 세계기록에는 등재되지 못했지만, 그는 명실공히 세계 최고령 마라톤 선수로 기억됐다.
그의 마지막 레이스는 2013년 홍콩에서였으며,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는 성화 봉송자로 참여하며 은퇴를 앞둔 러너로서의 마지막 존재감을 드러냈다.
평범한 시골 소년으로 태어나 다섯 살까지도 걷지 못했던 그는, 백 세가 넘는 나이에 수천 명의 응원을 받으며 도심을 달렸다. 단 몇 달간의 훈련으로 마라톤을 완주하고, 이후 7차례 더 장거리 레이스에 참가했던 그의 삶은 기적이라는 말 외에는 설명할 길이 없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성명을 통해 “그는 놀라운 결단력의 소유자이며, 우리 모두에게 큰 영감을 준 인물”이라며 전국적인 추모의 뜻을 전했다.
생전 그가 가장 아꼈던 러닝화에 대해 “나는 이 신발들을 절대적으로 사랑합니다. 신발 없는 삶은 상상조차 할 수 없습니다”라고 말했던 그의 유언 같은 고백은 이제 전설이 되어 남게 되었다.